도시를 식물의 장소로 이해하기

식물학은 보통 사람이 사는 지역과 멀리 떨어진 오지, 자연 지역, 농촌에서 자라는 식물을 대상으로 해왔다. 알렉산더 훔볼트는 식물을 연구하기 위해 바다 건너 안데스 산맥을 넘었다. 그가 살던 베를린에도 수많은 식물이 자라고 있었지만 도시의 식물은 단지 잡초였을뿐 식물학의 궤적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베를린의 식물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식물과는 크게 관계 없어 보이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

렘 콜하스의 항복: “제일 좋은 계획은 무계획이야”

레옹 아우콕 광장의 사례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라는 단순한 선택을 할 수 있던 것은 어찌 보면 꽤 드문 경우일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건물이나 시설이 필요해서 뿐만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무언가를 그대로 간직하고 또 보존하기 위해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지어야 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이대로도 좋은 것을 간직하고 더 잘 사용하기 위해서 보존 계획이나, 도시 재생 […]

짓지 않기의 건축, 라카통 바살

건축과 2학년 시절, 우리는 설계 수업에서 모두 종로구 어딘가의 땅을 정해 그 땅에 어떤 가상의 건물을 설계해야 했다. 나는 수송동 어딘가에 몇 시간을 서성이며, 사진도 찍고 끄적거리기도 했다. 여기에 도대체 뭘 지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임시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작은 삼각형 모양의 땅이었다. 사람과 건물로 꽉 시내에서, 비록 주차장이라 할지라도 비어 있는 공간은 참 매력적이었다. […]

건축 안하기가 아닙니다

작년 초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오 분도 못 걷고 주저앉을 만큼 체력이 약해졌다. 대학병원을 밥 먹듯이 드나들던 지난봄, 이런저런 검사 끝에 약을 먹기 시작했지만 열은 여전히 내리지 않았고 몸은 회복과 악화를 반복하며 좀처럼 전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가을이 다 되도록 현대의학에서 별 답을 못 찾은 나는 전통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한의사 선생님이 진맥을 […]